[귀백]여름 장마, 닿지 않는 말
--- 천국에도 계절이 있나, 바보스럽게도 그리 생각하고 말았다. 천계와 저승은 어찌되어도 행성에 위치해 있으니 인세와 같이 태양에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따라서 날씨와 계절이 있어 마땅하다. 한편으로 하늘로 솟는다고, 또는 땅으로 꺼진다고 다다를 수 있는 곳도 아닌, 말하자면 다른 차원의 세계이므로 사사로운 물리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지자면 다채로운 인세의 흉내를 내는 것일 뿐이다, 만약 그런 것이 정말로 있다면. 헛웃음이 나온다. 알고 있는데도. 언제보다도 세월의 흐름을 갈구하게 된다. 따스함과 추움, 비와 눈으로써 덮어버리고 싶어진다. 한 줄기 비가 떨어진다. 멍하니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톡, 하고 볼을 때리는 것을 가만히 둔다. 눈을 감는다. '연모하고 있습니다.' 메아리 울리듯..
호오즈키의 냉철/2차 창작
2016. 5. 31.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