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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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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계 제작자는 시계를 만들기 전에 작동 원리와 기능을 담은 설계도를 먼저 그리고 설계도에 따라 시계를 만들 것이다. 생명체를 시계로 보는 생각은 원래 종교적인 입장으로서, 시계에는 시계 제작자가 있는 것처럼 생명체에도 그 생명을 창조한 창조주가 있다는 신학적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신학적 도그마와 근대과학이 만나면서 생명체는 절대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그 기능을 수행한다는 기계론적 사유가 생겨났다. [p. 44]'
2. '생명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생명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생물학 교과서에서는 생명이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기능을 갖는 것으로 설명한다. 첫째, 외부에서 영양을 섭취한다. 둘째, 대사작용을 한다. 셋째, 생명을 구성하는 세포는 안과 밖이 세포막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생명 개체는 대체로 다른 개체와 구분된다. 넷째, 개체 차원에서 유전되며 증식을 하고, 세포 차원에서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다섯째, 운동과 반응을 한다.
생명의 특징을 공통적인 기능이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명체는 유전자 집단으로 구성된다. 둘째, 모든 생명은 공통된 세포 특성을 가진다. 셋째, 모든 생명은 공통의 계통성 유전자를 공유한다. 넷째, 빛을 찾아가는 주광성과 어미를 찾아가는 주모성이 있다. 다섯째, 유성생식하는 개체 후손의 변이는 그 어느 것도 서로 같지 않다. 여섯째, 개체는 항상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p. 47]'
3. '<유전자 정보의 특징>
-DNA 구조인 뉴클레오타이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전자 정보는 비가역적이다.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유전자를 계승하는 독특한 암호번역계를 가진다. [p. 54]'
4. '17세기 근대 과학혁명을 이뤄낸 뉴턴 물리학과 함께 19세기 다윈 진화론은 근대과학의 핵심적 두 축으로 성장했다. 뉴턴의 물리학이나 다윈의 진화론 모두 목적론을 배제한다. 그런테 뉴턴 역학이 목적론을 배제한 것과 진화론이 목적론을 배제한 것은 질적으로 다른다. 뉴턴 역학에서 목적론이 배제된 것의 근거는 기계론이다. 그러나 진화론에서 목적론이 배제된 근거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으로서의 불변의 실체론 대신에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생물학적 변화론에 있었다. 종의 기원의 사상적 근간은 바로 '변화의 철학'이었다. [p. 55]'
5. '과학 이론은 참과 거짓의 판단이 가능한 명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물리주의 과학은 진위 판단과 무관한 감탄형과 의문형의 대화식 문장 또는 이야기식의 서술형 문장을 과학적 명제에서 배제한다.
-감탄형 유사면제: "와! 이 세포에는 정말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있구나!"
-의문형 유사명제: "양자 현상을 기술하는 파동방정식이 과연 파동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수학식일까?"
-이야기식 유사명제: "인생에 우여곡절이 있듯이 곤충의 탈바꿈 살이도 그런 거야."
물리주의는 또한 기초 개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용어를 명제의 일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비환원 명제1: "저 별이 멀어지는 것은 마치 나를 떠난 기차소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과 같구나."
-비환원 명제2: "생물 개체들 사이의 행동과 반응의 상호교환은 게임의 벌칙과 같다. " [p. 71]'
6. '우주를 다루는 거시 천체물리학의 경우 생명과학 못지 않게 메타포가 사용된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물리학에서보다 생물학에서 서술형의 메타포가 사용되었다. '진화', '선택', '적응' 등의 용어와 면역학의 자아와 타자 세포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메커니즘을 표현하는 세포 '자살' 등의 용어는 메타포에서 시작되었다. 생물학에서는 탐구대상 자체가 가지는 유기체적 특성 때문에 서술성이 강한 발견법의 힘을 더 많이 빌리고 있다. (...) 현대과학은 생물학이든 물리학이든 관계없이 모두 분석주의와 물리주의의 특성을 갖는다. 생명과학이나 우주물리학, 혹은 아원자 상태를 다루는 미시물리학처럼 인간 이성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분야일수록 메타포를 통한 발견법의 사용빈도는 더 많이질 수 있다. [p. 75-76]'
7. '-예2: "아주 오래전에는 지구의 땅이 평평했는데 케플러 이후 땅이 둥글게 되었다."라는 경우는 없다. [p. 81]'
8. '다윈과 라마르크의 결정적인 차이는 목적론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부정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라마르크의 진화이론은 더 복잡한 질서의 최종형 진화모델을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라마르크의 진화는 '마지막'의 완전한 질서를 추구한다. 물론 라마르크 역시 그런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말이다.'
9. '<진화론의 키워드>
-공통조상이론(생명의 나무 이론): 모든 생명의 기원은 공통의 동일 조상에 있으며, 그로부터 갈라져 모든 생물종이 형성되었다.
-자연선택이론: 자연선택의 진화란 환경에 의해 주어진 변이 가운데 적응도의 차이에 따라 적응된 형질들의 유전을 말한다. [p. 89]'
10. '<자연선택이 우연적이라는 오해>
-진화 과정은 필연적이지 않다. 그러나 진화의 우연성은 자연선택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이 개체의 형성은 우연적이지만 선택은 인과적으로 작용한다.
-무작위성이란 모든 변이가 수학적으로 동등하게 가능한 것이다.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으며, 이런 특성은 진화의 우연성과 무관하다. [p. 108]'
11. '여기에서 윌리엄스는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하는데, 암수의 성은 개체군의 증가와 성이라는 결과를 자아내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적응의 차이에서 오는 적자생존은 생명 개체들 사이의 차이로 인한 효율적 생존전략의 결과이다. 윌리엄스는 개체간 적응의 차이가 없는 안장점saddle point, 즉 상호 간 이익/손해가 같아져서 평형을 이루는 상태는 없다고 보았다. 적응은 경쟁을 향하는 지향이 아니라, 그냥 차이에 대한 단순한 반응인 것이다. [p. 114]'
12. '용기 있는 사람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안전한 길만 가는 사람보다 개인적 적응도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용기 있는 개인이 많은 사회 집단은 겁쟁이들이 많은 사회 집단보다 지속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윈은 이와 같이 집단 차원에서 적응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윈이 행동양식에 주목한 것은 선택 수준을 논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도덕심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P. 131]'
13. '진화에는 목적과 방향이 없다. 하지만 진화, 특히 미시진화의 과정 자체는 인과적이다. 예를 들어 변이는 우연적이지만 그 변이들 가운데 선택되는 과정은 인과적이다. 이것이 진화론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진화는 우연의 과정이다. 이러한 설명은 명제 자체로만 본다면 모순적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연이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인과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마투라나Matutana는 이를 유전적 표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역사적 표류historical drift'라고 표현했다. 역사적 표류란,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작은 조각배의 신세이지만 바다의 조류가 거대한 인과적 흐름의 한 단면이므로 완전히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한다. 어쨌든 궁극적으로 인과적이거나 아니거나, 표류라는 진화의 특성은 목적론을 전적으로 배제한다. [p. 147]'
14. 생명과학계에서 초파리 실험연구가 많은 이유는 초파리 자체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발생 주기가 짧은 초파리를 통해 생명 형성의 발생학적 비밀을 밝히는 기능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적으로 표현하자면 작은 초파리 안에 큰 코끼리가 담겨있다는 것으로, 초파리는 분자 차원에서 코끼리를 계통적으로 투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노는 자신의 책에서 "대장균에게 적용되는 것은 코끼리에도 적용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6개의 염색체와 1000개도 안 되는 세포를 가진 꼬마선충의 염색체에 있는 모종의 단백질 구성체가 초파리와 코끼리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는 진화론의 핵심인 공통조상이론이 결정적으로 입증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진화론과 발생학 그리고 유전학의 결합을 통해서 발생학적 사유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p. 193]'
15. '결론적으로 이 세상의 생물종은 진핵세포에서 다세포 생명으로 그리고 박테리아로부터 어류로 다음으로 양서류에서 파충류로 더 나아가 포유동물인 쥐에서 침팬지를 거쳐 호모사피엔스로 이렇게 단계적이고 그리고 위계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계통수 분리 이후 서로 공존하면서 병립적으로 진화한 동등한 존재들이다. 발생계의 존재론적 의미는 단계적이고 위계적인 진화관 대신에 병렬적이고 동등한 공존의 진화관에 있다. [p. 243]'
16. '북극곰은 극지방의 냉혹한 기후와 계절 변화 및 부족한 먹잇감 등 외부의 환경 압력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 방식을 유전적으로 누적시켰으며 이를 기능성 형질로 정착시켰다. 그래야만 생존이 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적응한 생물종이 생존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이렇게 환경에 대처하면서 적응한 형질들이 누적적으로 유전되어 진화의 역사를 거친 산물이 바로 형질의 기능이라는 것이 선택효과론이다 [p. 252]'
17. '<우연의 3가지 개념>
-운:
처음부터 계획이나 목적과 달리 의도하지 않은 산출물이 나왔을 때
원인 없이 결과 수향의 목적이 이루어졌을 때
-무작위성:
주사위를 던질 때 어느 한 면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어느 면이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경우
수학적 혹은 필연적 우연에 해당
-좁은 의미의 우연성:
초기 조건을 충분히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결과를 계산할 수 없을 때 예측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경우
(...) 진화에서도 이러한 무작위성과 같은 확률이 존재하는데, 다윈도 몰랐던 멘델의 법칙이 이와 비슷하다. 대립형질의 교환으로 후손에 나타나는 표현형질은 일정한 수학적 산술의 결과이다. 그리고 좁은 의미의 우연성은 바로 사실적 우연성으로, 자연세계에서 일어나는 진화적 우연성이 이에 해당한다. [p. 259]'
18. '진화의 인과성은 미시적 연속성과 거시적 불연속성,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p. 261]'
19. '그러나 미시진화 변이와 적응, 선택과 유전이라는 과정에 물리학과 같은 매끈한 필연성의 인과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과정이 단순히 확률적 우연인 것도 아니다. 즉 진화적 인과는 논리적 필연성의 범주와 질적으로 다르지만, 동시에 무작위성 우연도 아니다. 진화 과정에서 인과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예측을 할 수 없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시진화는 물리적 시간에 의존적이며 중력법칙과 같은 물리적 외부환경에 지배된다. 최적 선택의 과정에는 매우 복잡한 상관성이 있지만,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물리적 인과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으며 그 과정에 인과적 연관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p. 267]'
20. '혈연선택 모델은 다윈의 구조 안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혈연선택 모델은 집단에 속한 개체들의 이타적 행위를 결국 동일 집단 구성원의 동종 유전자를 확산시키려는 이기적 목적을 지향하는 것으로 본다. 결국 "한 개체가 타인을 돕는 행위는 따지고 보면 상대방 속에 내포된 자신의 부분을 돕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유전적 근친도는 50%이다. 2세 아들과 4세 딸이 집에 있었는데 만약 집에 불이 났다고 하자. 아버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두 자식을 구하기 위해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포괄적응도 이론에 의하면 가능하다. 나의 유전자 100%를 손해 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지만, 그 대신 50%의 근친도를 지닌 자식 두 명을 구하여 100%의 유전자를 다시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p.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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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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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계 제작자는 시계를 만들기 전에 작동 원리와 기능을 담은 설계도를 먼저 그리고 설계도에 따라 시계를 만들 것이다. 생명체를 시계로 보는 생각은 원래 종교적인 입장으로서, 시계에는 시계 제작자가 있는 것처럼 생명체에도 그 생명을 창조한 창조주가 있다는 신학적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신학적 도그마와 근대과학이 만나면서 생명체는 절대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그 기능을 수행한다는 기계론적 사유가 생겨났다. [p. 44]'
2. '생명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생명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생물학 교과서에서는 생명이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기능을 갖는 것으로 설명한다. 첫째, 외부에서 영양을 섭취한다. 둘째, 대사작용을 한다. 셋째, 생명을 구성하는 세포는 안과 밖이 세포막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생명 개체는 대체로 다른 개체와 구분된다. 넷째, 개체 차원에서 유전되며 증식을 하고, 세포 차원에서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다섯째, 운동과 반응을 한다.
생명의 특징을 공통적인 기능이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명체는 유전자 집단으로 구성된다. 둘째, 모든 생명은 공통된 세포 특성을 가진다. 셋째, 모든 생명은 공통의 계통성 유전자를 공유한다. 넷째, 빛을 찾아가는 주광성과 어미를 찾아가는 주모성이 있다. 다섯째, 유성생식하는 개체 후손의 변이는 그 어느 것도 서로 같지 않다. 여섯째, 개체는 항상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p. 47]'
3. '<유전자 정보의 특징>
-DNA 구조인 뉴클레오타이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전자 정보는 비가역적이다.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유전자를 계승하는 독특한 암호번역계를 가진다. [p. 54]'
4. '17세기 근대 과학혁명을 이뤄낸 뉴턴 물리학과 함께 19세기 다윈 진화론은 근대과학의 핵심적 두 축으로 성장했다. 뉴턴의 물리학이나 다윈의 진화론 모두 목적론을 배제한다. 그런테 뉴턴 역학이 목적론을 배제한 것과 진화론이 목적론을 배제한 것은 질적으로 다른다. 뉴턴 역학에서 목적론이 배제된 것의 근거는 기계론이다. 그러나 진화론에서 목적론이 배제된 근거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으로서의 불변의 실체론 대신에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생물학적 변화론에 있었다. 종의 기원의 사상적 근간은 바로 '변화의 철학'이었다. [p. 55]'
5. '과학 이론은 참과 거짓의 판단이 가능한 명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물리주의 과학은 진위 판단과 무관한 감탄형과 의문형의 대화식 문장 또는 이야기식의 서술형 문장을 과학적 명제에서 배제한다.
-감탄형 유사면제: "와! 이 세포에는 정말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있구나!"
-의문형 유사명제: "양자 현상을 기술하는 파동방정식이 과연 파동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수학식일까?"
-이야기식 유사명제: "인생에 우여곡절이 있듯이 곤충의 탈바꿈 살이도 그런 거야."
물리주의는 또한 기초 개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용어를 명제의 일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비환원 명제1: "저 별이 멀어지는 것은 마치 나를 떠난 기차소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과 같구나."
-비환원 명제2: "생물 개체들 사이의 행동과 반응의 상호교환은 게임의 벌칙과 같다. " [p. 71]'
6. '우주를 다루는 거시 천체물리학의 경우 생명과학 못지 않게 메타포가 사용된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물리학에서보다 생물학에서 서술형의 메타포가 사용되었다. '진화', '선택', '적응' 등의 용어와 면역학의 자아와 타자 세포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메커니즘을 표현하는 세포 '자살' 등의 용어는 메타포에서 시작되었다. 생물학에서는 탐구대상 자체가 가지는 유기체적 특성 때문에 서술성이 강한 발견법의 힘을 더 많이 빌리고 있다. (...) 현대과학은 생물학이든 물리학이든 관계없이 모두 분석주의와 물리주의의 특성을 갖는다. 생명과학이나 우주물리학, 혹은 아원자 상태를 다루는 미시물리학처럼 인간 이성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분야일수록 메타포를 통한 발견법의 사용빈도는 더 많이질 수 있다. [p. 75-76]'
7. '-예2: "아주 오래전에는 지구의 땅이 평평했는데 케플러 이후 땅이 둥글게 되었다."라는 경우는 없다. [p. 81]'
8. '다윈과 라마르크의 결정적인 차이는 목적론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부정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라마르크의 진화이론은 더 복잡한 질서의 최종형 진화모델을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라마르크의 진화는 '마지막'의 완전한 질서를 추구한다. 물론 라마르크 역시 그런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말이다.'
9. '<진화론의 키워드>
-공통조상이론(생명의 나무 이론): 모든 생명의 기원은 공통의 동일 조상에 있으며, 그로부터 갈라져 모든 생물종이 형성되었다.
-자연선택이론: 자연선택의 진화란 환경에 의해 주어진 변이 가운데 적응도의 차이에 따라 적응된 형질들의 유전을 말한다. [p. 89]'
10. '<자연선택이 우연적이라는 오해>
-진화 과정은 필연적이지 않다. 그러나 진화의 우연성은 자연선택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이 개체의 형성은 우연적이지만 선택은 인과적으로 작용한다.
-무작위성이란 모든 변이가 수학적으로 동등하게 가능한 것이다.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으며, 이런 특성은 진화의 우연성과 무관하다. [p. 108]'
11. '여기에서 윌리엄스는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하는데, 암수의 성은 개체군의 증가와 성이라는 결과를 자아내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적응의 차이에서 오는 적자생존은 생명 개체들 사이의 차이로 인한 효율적 생존전략의 결과이다. 윌리엄스는 개체간 적응의 차이가 없는 안장점saddle point, 즉 상호 간 이익/손해가 같아져서 평형을 이루는 상태는 없다고 보았다. 적응은 경쟁을 향하는 지향이 아니라, 그냥 차이에 대한 단순한 반응인 것이다. [p. 114]'
12. '용기 있는 사람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안전한 길만 가는 사람보다 개인적 적응도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용기 있는 개인이 많은 사회 집단은 겁쟁이들이 많은 사회 집단보다 지속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윈은 이와 같이 집단 차원에서 적응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윈이 행동양식에 주목한 것은 선택 수준을 논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도덕심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P. 131]'
13. '진화에는 목적과 방향이 없다. 하지만 진화, 특히 미시진화의 과정 자체는 인과적이다. 예를 들어 변이는 우연적이지만 그 변이들 가운데 선택되는 과정은 인과적이다. 이것이 진화론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진화는 우연의 과정이다. 이러한 설명은 명제 자체로만 본다면 모순적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연이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인과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마투라나Matutana는 이를 유전적 표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역사적 표류historical drift'라고 표현했다. 역사적 표류란,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작은 조각배의 신세이지만 바다의 조류가 거대한 인과적 흐름의 한 단면이므로 완전히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한다. 어쨌든 궁극적으로 인과적이거나 아니거나, 표류라는 진화의 특성은 목적론을 전적으로 배제한다. [p. 147]'
14. 생명과학계에서 초파리 실험연구가 많은 이유는 초파리 자체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발생 주기가 짧은 초파리를 통해 생명 형성의 발생학적 비밀을 밝히는 기능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적으로 표현하자면 작은 초파리 안에 큰 코끼리가 담겨있다는 것으로, 초파리는 분자 차원에서 코끼리를 계통적으로 투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노는 자신의 책에서 "대장균에게 적용되는 것은 코끼리에도 적용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6개의 염색체와 1000개도 안 되는 세포를 가진 꼬마선충의 염색체에 있는 모종의 단백질 구성체가 초파리와 코끼리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는 진화론의 핵심인 공통조상이론이 결정적으로 입증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진화론과 발생학 그리고 유전학의 결합을 통해서 발생학적 사유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p. 193]'
15. '결론적으로 이 세상의 생물종은 진핵세포에서 다세포 생명으로 그리고 박테리아로부터 어류로 다음으로 양서류에서 파충류로 더 나아가 포유동물인 쥐에서 침팬지를 거쳐 호모사피엔스로 이렇게 단계적이고 그리고 위계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계통수 분리 이후 서로 공존하면서 병립적으로 진화한 동등한 존재들이다. 발생계의 존재론적 의미는 단계적이고 위계적인 진화관 대신에 병렬적이고 동등한 공존의 진화관에 있다. [p. 243]'
16. '북극곰은 극지방의 냉혹한 기후와 계절 변화 및 부족한 먹잇감 등 외부의 환경 압력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 방식을 유전적으로 누적시켰으며 이를 기능성 형질로 정착시켰다. 그래야만 생존이 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적응한 생물종이 생존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이렇게 환경에 대처하면서 적응한 형질들이 누적적으로 유전되어 진화의 역사를 거친 산물이 바로 형질의 기능이라는 것이 선택효과론이다 [p. 252]'
17. '<우연의 3가지 개념>
-운:
처음부터 계획이나 목적과 달리 의도하지 않은 산출물이 나왔을 때
원인 없이 결과 수향의 목적이 이루어졌을 때
-무작위성:
주사위를 던질 때 어느 한 면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어느 면이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경우
수학적 혹은 필연적 우연에 해당
-좁은 의미의 우연성:
초기 조건을 충분히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결과를 계산할 수 없을 때 예측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경우
(...) 진화에서도 이러한 무작위성과 같은 확률이 존재하는데, 다윈도 몰랐던 멘델의 법칙이 이와 비슷하다. 대립형질의 교환으로 후손에 나타나는 표현형질은 일정한 수학적 산술의 결과이다. 그리고 좁은 의미의 우연성은 바로 사실적 우연성으로, 자연세계에서 일어나는 진화적 우연성이 이에 해당한다. [p. 259]'
18. '진화의 인과성은 미시적 연속성과 거시적 불연속성,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p. 261]'
19. '그러나 미시진화 변이와 적응, 선택과 유전이라는 과정에 물리학과 같은 매끈한 필연성의 인과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과정이 단순히 확률적 우연인 것도 아니다. 즉 진화적 인과는 논리적 필연성의 범주와 질적으로 다르지만, 동시에 무작위성 우연도 아니다. 진화 과정에서 인과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예측을 할 수 없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시진화는 물리적 시간에 의존적이며 중력법칙과 같은 물리적 외부환경에 지배된다. 최적 선택의 과정에는 매우 복잡한 상관성이 있지만,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물리적 인과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으며 그 과정에 인과적 연관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p. 267]'
20. '혈연선택 모델은 다윈의 구조 안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혈연선택 모델은 집단에 속한 개체들의 이타적 행위를 결국 동일 집단 구성원의 동종 유전자를 확산시키려는 이기적 목적을 지향하는 것으로 본다. 결국 "한 개체가 타인을 돕는 행위는 따지고 보면 상대방 속에 내포된 자신의 부분을 돕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유전적 근친도는 50%이다. 2세 아들과 4세 딸이 집에 있었는데 만약 집에 불이 났다고 하자. 아버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두 자식을 구하기 위해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포괄적응도 이론에 의하면 가능하다. 나의 유전자 100%를 손해 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지만, 그 대신 50%의 근친도를 지닌 자식 두 명을 구하여 100%의 유전자를 다시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p.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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