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 조용한 노크 후에 들어온 것은 리바이였다. 한 손에는 묵직해보이는 병문안용 과일 바구니. 리바이, 나지막히 불렀다. 그는 아무말 없이 바구니를 내려놓은 후 침상으로 다가왔다. "팔은." "그저그래. 이제 아프지는 않아." 지척으로 걸어온 리바이는 팔을 뻗어 붕대로 감싸진 엘빈의 오른 팔의 그루터기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그런 리바이의 가라앉은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선명한 감각이었다. 뭐라고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자극. 야릇한, 미묘한, 말그대로 환상적인. 환상사지에 대해서는 앞서 들은 바가 있었다. 형태는 사라져도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신경의 잔해가 되어 뇌의 한 구석에 자리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외친다. 이제는 없는 손가락이 마찬가지..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 1. 자연 선택은 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생물 개체들이 "종의 이익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 ...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주장하는 대로 자연 선택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인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물 개체들이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여" 이타적으로 행동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예컨대 같은 유전자의 사본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혈연자에게 먹이를 주고 보호하는 행동들을 한대도 말이다. 9 2. 이러한 개량 과정은 누적되는 것이다. 안정성을 증가시켜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효과적이 되었다. ... 아마도 어떤 자기 복제자는 화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둘레에..
--- *관계 날조 - "그러면 쿠로는, 우주를 올려다 볼 때 쿠로의 신을 생각하는 건가." "글쎄... 굳이 그렇지는 않은데. 뭐,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네." 과학자들 사이에도 미신을 믿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과학의 정반대편에 있는 것이 미신이고, 그런 것이 가득한 세계에서 과학은 태어났으며, 구원자로서 홀로 빛났다. 켄마에게 과학이란 그런 존재였다. 1. 켄마는 무신론자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아니,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 청소년기 중 어느 날 켄마는 스러짐에 대해 생각했다. 죽음은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눈물을 줄줄 흘리고 덜덜 떨며 생각한 것들을 기록했다. 켄마는 불 끈 이불 속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곳은 새까만 우주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