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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발췌

이기적 유전자

동인지중독개체 2017. 8. 2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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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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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 선택은 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생물 개체들이 "종의 이익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 ...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주장하는 대로 자연 선택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인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물 개체들이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여" 이타적으로 행동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예컨대 같은 유전자의 사본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혈연자에게 먹이를 주고 보호하는 행동들을 한대도 말이다. 9

2. 이러한 개량 과정은 누적되는 것이다. 안정성을 증가시켜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효과적이 되었다. ... 아마도 어떤 자기 복제자는 화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타난 것 아닐까?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vehicle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더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계속 진행되었다. ... 그들은 당신 안에도 내 안에도 있다. 그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 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64

3. 어느 시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분자가 (원시 수프primeval soup에서) 우연히 생겨났다. 이들을 자기 복제자replicator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기 복제자는 가장 크지도, 가장 복잡하지도 않았을 수 있으나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는 놀라운 특성을 지녔다. 그 탄생은 전혀 우연히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확실히 그랬다. 그것은 매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어날 성싶은 일과 일어날 성싶지 않은 것을 판단할 때 수억 년이라는 세월은 우리에게 낯선 시간이다. 실제로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는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또한 그것은 단 한 번만 생기면 충분하다. ... 이 자기 복제자가 담긴 수프에는 이들 구성 요소들이 많이 떠다닌다. 이제 각 구성 요소가 자기와 같은 종류에 대하여 친화성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되면 수프 속의 어떤 구성 요소가 자기 복제자에서 자기와 친화성을 갖고 있는 부분과 만날 때마다 자기 복제자에게 들러붙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들러붙은 구성 요소는 자동적으로 자기 복제자 내 구성 요소들의 서열과 같은 식으로 배열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성 요소들이 최초의 자기 복제자가 만들어졌을 때처럼 안정한 사슬을 만들 것이라 상상하기는 쉽다. ... 자기 복제자가 생겨나자마자 그 사본들은 틀림없이 바닷속에 빠른 속도로 퍼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소형의 구성 요소 분자들이 부족해지고 다른 대형 분자의 형성도 드문 일이 되었을 것이다. 58

4. 덧붙이자면 설계도를 그린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명서인 DNA는 자연선택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70

5. 의식에 의해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가 무엇이든, 현재 우리의 목적에서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뇌는 생존 기계의 일상생활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도 있다.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다.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인간은 이 점에서 대단히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123

6.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가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43

7.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255

8. 난자는 상대적으로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암컷은 수컷만큼 성적 매력이 철철 넘치지 않더라도 난자의 수정을 확실히 보증할 수 있다. 277

9. 도대체 유전자는 무엇이 그리 특별할까? 그 해답은 이들이 복제자라는 데에 있다. 물리학의 법칙은 우리가 이를 수 있는 전 우주에 적용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생물학에도 이에 상응하는 보편 타당성을 가지는 원리가 있는 것일까? 우주 비행사가 저 멀리 떨어진 행성에 날아가 생명체를 찾는다면 그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기묘하고 희괴한 생물체를 찾아낼지 모른다. 그러나 어디에 살고 있든, 어떤 화학적 기초를 가지고 살고 있든, 모든 생명체에 적용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까? ... 물론 나는 그 답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내기를 해야 한다면 나는 하나의 근본 원리에 돈을 걸 것이다. 바로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법칙이다. 우리의 행성 지구에서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로 가장 그 수가 많은 것은 유전자, 즉 DNA 분자다. 어떤 다른 것이 그 실체가 될 수도 있을 지 모른다. 가령 그와 같은 것이 존재하고 다른 여러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것이 진화 과정에 기초가 될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322

10. 우리 생물학자는 유전자에 의한 진화의 사고방식에 완전히 빠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진화 중 일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칫하면 잊어버린다. 325

11. 번식이라는 과정 속에서 불멸을 찾을 수는 없다. 333

12. 그러나 아무리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하더라도 자연 선택은 내 생각과 다를지 모른다. 감수해야 하는 위험보다 광고 효과가 더 크다면 군침을 흘리는 포식자 무리 앞에서 재주를 넘는 동물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과시 효과를 갖는 것이다. 물론, 자연 선택이 끝도 없는 위험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시가 그야말로 무모해지는 시점부터는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하거나 대가가 많이 따르는 쇼는 우리 눈에 무모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알 바는 아니다. 자연 선택만이 판단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488

13. 믿음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세뇌시키는 아주 훌륭한 전략이므로 그 맏음을 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믿음이란 결국 무엇인가? 믿음은 사람들이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그야말로 아무거나)을 믿게 만드는 심리 상태다. 만약 확고한 근거가 있다면 믿음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 근거만으로도 사람들은 믿게 될 테니 말이다. ... 실제로 진정한 믿음은 증거를 필요치 않는다는 사실은 위대한 진리인 듯 여겨지고 있다. 불신하는 도마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열두 제자 중 정말 존경받아야 할 인물은 도마뿐이다. 믿음으로 산을 옮길 수는 없다. 그러나 믿음은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한 발상을 믿게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내게 믿음은 일종의 정신 질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 믿음의 힘은 동정, 용서, 관대 등 인간 감정에 대한 모든 호소로부터 사람들을 무디게 만든다. 순교자의 영혼은 곧장 천국으로 향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공포로부터도 무디다. 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가. 종교적 믿음은 전쟁술 연보의 한 장을 장식할 만한 것이며, 활, 군마. 탱크, 수소 폭탄과 한자리에 나란히 설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509

14. 우리, 즉 우리의 뇌는 우리 유전자의 명령에 반항할 수 있을 만큼 유전자로부터 떨어져 있고 독립적이다. 이미 살펴본 대로, 우리가 피임법을 사용하는 것도 작은 반역이다. 우리가 큰 규모의 반역 역시 꾀히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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